문화 다양성 시대의 이슬람 - 동성애(2) / 2007-03-21

문화 다양성 시대의 이슬람 - 동성애(2)

이슬람에서 코란 다음으로 경전 수준의 권위를 인정 받고 있는 하디쓰에서는 세 차례에 걸쳐서 두 남자 사이의 관계나 두 여자 사이의 관계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하디쓰는 남자가 또 다른 남자와 관계를 갖는다면 신의 진노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또 수동적으로든 능동적으로든 동성애를 하는 사람은 죽여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은 여성 동성애에 대해 언급한 내용인데 여성 동성애는 명백한 간음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또 자신의 아내라 하더라도 항문을 이용한 성행위는 저주의 대상임을 명백하게 하고 있다.

이슬람과 아랍의 역사를 보면 적지 않은 동성애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임맘인 수피얀 알 타우리(783년에 사망한 자라고 알려짐)는 남성에 대한 성적 욕구에 대해 “여성이 악마를 안에 지닌 존재라면, 젊은 남자는 열 일곱의 악마를 안에 지닌 존재”라고 말하며 동성애를 경계했다. 1200 년에 사망했다는 알 자우지 라는 법률가는 “아름다운 소년이나 젊은 남성을 보고 매력을 느낀 적이 한번도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거짓이다. 그러나 거기서 더 나간다면, 그것은 인간이 아니라 짐승이다.”라고 말했다. 아랍의 전통시들 가운데서도 젊은 남성에 대한 매력적인 묘사나 남성만의 공간인 수도원에서 벌어지는 부도덕한 장면에 대한 묘사가 적지 않게 나타난다. 이런 내용 등으로 미루어 볼 때 이슬람권에서도 동성애는 늘 은밀하게 있어 왔던 일인 것 같다. 젊고 매력적인 남성에 대한 연애에 대한 것은 코란에서도 언급하고 있다. 코란에서는 동성애를 간통과 같은 수준의 죄로 정죄하고 있다. 그리고 이슬람 선지자의 전통 속에서 동성애는 간통과 마찬가지로 죽음으로 다스리도록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성애는 적지 않게 만연한 현상이었다.

그렇다면 현대 이슬람 세계에서는 동성애를 어떻게 다루는가? 일반 사법체계의 판사 격인 이슬람법원의 법률가를 양성하는 학교는 현재 다섯 종류가 있다. 네 곳은 하나피, 말리키, 샤피, 한발리 등 순니계 학교 이며, 쉬티계열에서는 자파리 등이다. 하나피쪽에서는 동성애를 간통과 동등하게 다루지 않고 판사의 재량으로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다른 네 종류의 다른 학교에서는 간통으로 간주하며 두 당사자 모두를 죽이도록 하고 있다. 다만 이슬람 율법에 의해 간통의 성립요건과 마찬가지로 4명의 남자 증인이나 8명의 여자 증인이 있어야 한다.

현대 순니 이슬람의 대표적인 학자이자 임맘인 유수프 알 콰라다위는 “현대 사회의 이슬람 법률가들도 이 혐오스런 행동에 대해 단호한 징벌을 하고 있다. 반드시 이러한 악행을 한 자를 죽여야 하는가 라는 반론이 가끔 나타나지만, 그들의 행동은 이슬람사회의 순수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단호하게 응징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현대 이슬람사회를 규율하는 이른바 샤리아라고 하는 이슬람법은 현재 이 문제에 있어서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가? 공식적으로 샤리아법이 적용되는 이슬람국가도 있고 그렇지 않는 나라도 있다. 또 공식적으로 샤리아법을 도입한 나라도 나라의 상황에 따라 그 적용이 다소 다를 수 있다.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모리타니아, 수단, 소말리아, 소말리랜드, 예멘, 탈레반 치하의 아프가니스탄 등에서는 동성애는 명백하게 사형에 해당한다. 반면 바레인, 카타르, 알제리아, 말디브 등지에서는 장기간의 징역이나 태형으로 처벌하며, 터키나 요르단, 이집트, 말리 등에서는 명시적으로 혹은 법률적으로 동성애를 금하는 조항은 없으나 그렇다하더라도 동성애자들은 공공 도덕을 심각하게 훼손한 혐이를 적용해 처벌 한다. 실제로 지난 2001년 5월 11일 이집트 카이로에서는 52명의 남성이 퀸 보트 나이트클럽이라는 이름의 나일강에 정박 중이던 유람선에서 동성애 혐의로 한꺼번에 구속된 사건이 있었다. 반면 이란 같은 나라는 이슬람혁명 이후 지금까지 동성애 혐의로 사형을 집행한 건수가 4천 건이 넘을 정도이다. 즉 엄격하다는 말도 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성애는 상당히 폭넓게 성행하고 있다는 말도 된다.

현대 이슬람사회에서 벌어지는 과잉처벌 양상은 여러 면에서 인권시비를 낳고 있다. 동성애 혐의자에 대한 사형이나 태형 집행은 인권선언 등 보편적으로 세계가 받아들이고 있는 인권기준에 명백히 위배되는 과잉처벌이다. 이는 국제사회의 보편적 기준으로 볼 때 도덕적으로 지탄을 받을 수는 있을지언정 형사적 처벌을 할 수는 없는 것으로 보이는 사안에 대해서 이슬람세계에서는 형사적처벌을 강행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갈등이다. 적어도 동성애는 종교적으로 볼때 신의 권위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일 수는 있다. 그러나 이를 법률적으로 정죄하여 형사적으로 처벌하는 일은 유럽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도덕과 종교는 인간의 행동과 사고의 완전한 경지를 추구한다. 그러나 그 경지는 추구해야할 이상인 동시에 도달할 수 없는 높은 경지이기도 하다. 때문에 종교와 도덕적 계율은 인간이 추구해야할 방향을 가르쳐주는 등대 구실을 하지만 그것을 가지고 처벌을 하기 시작하면 처벌을 면할 사람이 없는 것이다. 그것이 종교적 율법의 속성이다. 반면 법은 인간이 반드시 지켜야 할 최소한의 한계를 규정하고 그 한계를 넘는 것을 범죄로 규정한다. 그러므로 인간이 도저히 이루기 힘들지만 추구해야할 이상을 최소한의 한계인 법으로 규정하는 현실이 많은 모순을 양산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형사적 처벌 이외에도 또 다른 의미의 고통을 당해야 한다. 카이로에서 구속된 52명의 경우 이집트의 언론과 출판물들은 그들의 이름은 물론 주소와 사진, 전화번호까지 공개해 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란의 경우에서 보듯이 엄청나게 많은 4천 명 이상이 동성애 혐의로 처벌당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적발되지 않은 동성애자들까지 포함하면, 이슬람 율법은 동성애를 철저하게 금지하지만 오히려 이슬람권에서 거주하는 주민들은 의외로 동성애에 대해 관대하다고 볼수도 있지 않을까?  처벌의 강도에 비추어 볼 때 중동에서는 동성애가 상당히 만연해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이정도로 처벌한다면 아무도 무서워서라도 동성애를 하지 못할 것인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