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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현장뉴스/전체일반

이슬람국가의 발렌타인(말레이, 브루나이) / 2007-02-17

이슬람국가의 발렌타인(말레이, 브루나이)

이슬람권 젊은이들은 발렌타인데이를 어떻게 지낼까? 사우디를 비롯한 강성 이슬람원리주의 국가에서는 발렌타인데이를 드러내놓고 축하하고 즐기는 것은 꿈도 꾸기 어려울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일부 정치와 종교를 상당히 분리해 놓은 이른바 세속주의노선을 택하고 있어, 종교의 율법이 국민들의 사생활에 미치는 영향력이 적은 나라들은 좀 다르다. 이슬람 신자들이 국민들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말레이시아와 브루나이 등의 종교관련 행정당국에서는 발렌타인데이가 이슬람의 교리와 충돌하고 도덕적인 오염을 가져 오다는 이유로 젊은 남녀들이 발렌타인데이 문화를 거부하도록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이를 위해 정부의 종교관련 부서에서는 호텔, 꽃가게, 식당 등을 대상으로 행정지도 활동을 벌여 발렌타인의 무드를 돋구는 특별한 이벤트, 즉 연인들을 대상으로 한 특별한 행사를 하지 않도록 조치했다.  두 나라 모두 발렌타인데이를 금지하는 특별한 법률조항은 없다. 두 나라 모두 이슬람원리주의가 아닌 세속주의를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종교당국에서는 발렌타인데이의 원래의 주인공인 성 발렌타인이 기독교인인데다가 남녀간의 사랑을 공공연히 드러내는 것이 이슬람 율법에 어긋난다며 적극적으로 이를 막아보려고 하는 것이다.

“이슬람의 관점에서 볼 때, 발렌타인데이는 절대로 권장할 일이 못되는 행사이다.”라고 말레이시아 집권당인 UMNO 소속의 의원인 무하마드 람리 누 는 말했다. 그는 미혼 남녀들이 함께 돌아다니고 지나치게 공공 장소에서 자유롭게 어울리는 것은 이슬람 사회에서는 도저히 받아들여질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말레이시아 북부의 테렌가누주의 이슬람개발위원회의 부위원장 직도 맡고 있는데 “우리는 발렌타인데이를 타고 행해지는 상업적인 다양한 행사가 도덕적으로 매우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보다는 좀더 강성 이슬람국가인 브루나이의 경우 이슬람 성직자들이 지난 금요일의 예배 설교를 통해 남녀 커플들이 단지 인사나 선물 정도 교환하는 것이야 어쩔 수 없지만 자칫 분위기에 휩쓸려 사회와 이슬람 율법이 용납하는 한계를 넘거나 부도덕하고 난잡한 행동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한 성직자는 “이 날의 기원이 어디서 오는지도 모르고 젊은 사람들이 무턱대고 따라 즐기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 젊은이들도 이러한 이방의 문화의 기원을 제대로 배우고 따져 그것이 이슬람의 믿음에 적합한지 확인해야 한다. 발렌타인데이는 그 내용이나 기원 모두 이슬람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슬람 신자들이 왜 현대화라는 미명 아래 이슬람의 가르침에 반하는 서구 문화를 따라가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그의 말은 어디까지나 이슬람의 성직자의 종교적인 권고일 뿐 국민들의 현실 생활에 구속력이 있는 법은 아니다.  브루나이의 한 화훼수입업자는 발렌타인데이에 맞춰 “당신을 생각하며”, “당신은 나의 것” 등의 꽃말과 연관이 있는 꽃을 1천 송이 이상 수입했다고 한다.

테렌가누의 한 해안 휴양지에서는 로멘티팩키지라고 불리는 여행상품을 개발해 짭잘한 수입을 올렸다고 한다. 이 팩키지에는 온천욕과 두 사람의 사랑을 기억하고, 발렌타인데이를 기념하여 기념식수를 하는 등의 행사가 포함되어 있다.  발렌타인 성자는 3세기 경 순교한 로마의 성직자이다. 그런데 한 성직자의 순교가 왜 난데 없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감미로운 행사로 변질되었는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일설에는 발렌타인의 순교를 기념하는 순수한 종교행사가 이교도들의 문화와 섞여 변질된 것이라는 설이 있고, 또 하나는 유럽에서 새들이 짝짓기를 하는 철이 2월 중순이라는 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