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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현장뉴스/전체일반

알 자지라 방송 CNN에 ‘도전장’ / 2006-11-28

개국 10주년 맞아 영어 뉴스 송출… 서방 유명 언론인도 대거 스카우트 

1990년 걸프전이 발발했을 때, 전 세계인의 눈과 귀는 온통 CNN에 
몰렸다. 
CNN은 전쟁이 벌어진 현장의 생생한 영상과 발빠른 속보로 ‘전쟁 저널리즘’과 ‘국제 뉴스 전문 방송’의 대명사가 됐다. 

그러나 16년이 흐른 지금, 레바논과 팔레스타인 상황을 보기 위해서 우리는 더 이상 CNN만 찾지 않는다. 미군의 철저한 정보 통제와 미국의 입맛에 맞는 정보 가공은 정확하고 공정한 언론을 찾는 이들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테러와의 전쟁’에서 자살폭탄사건은 언론의 종교·국가에 따라 ‘테러’가 되기도 하고 ‘순교’가 되기도 한다. 영어권 국가의 언론은 양측의 입장을 충분히 전달하기보다는 편향된 시각만 전달한다는 비판이 높다. 

이러한 서구 중심의 ‘정보 제국주의’ 세상에 매몰되지 않을 수 있도록 새롭게 주목되고 있는 매체가 아랍어 뉴스 방송인 ‘알 자지라’이다. 알 자지라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 보도로 ‘중동의                     <알자지라 방송 로고>
CNN’으로 떠올랐다.
 

영어 방송으로 세계적 언론에 도전장 아랍어로 ‘섬’을 뜻하는 알 자지라는 이달로 개국 10주년을 맞았다. 알 자지라는 CNN과 BBC를 뛰어넘는 세계적인 언론 성장을 비전으로 삼고 지난 15일 영어 뉴스 방송인 ‘알 자지라 잉글리시’를 시작했다. 
알 자지라 잉글리시는 앵커 시울리 고슈와 새미 자이든의 “뉴스의 의제를 설정하겠다. 11월 15일 TV뉴스의 새 장이 열렸다”는 인사로 첫 방송을 시작했다. 이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수단의 다르푸르, 이란, 짐바브웨 등 각국 특파원의 인사가 이어졌다. 첫 긴급 뉴스는 러시아와 일본에 내려진 쓰나미 경보 소식이다. 

방송은 올해 1월 1일 뉴스를 시작하려 했으나 기술적인 문제와 해외 지국 허가 문제로 계속 연기되다 이날 첫 전파를 쏘았다. 현재는 12시간 생방송 뉴스를 전달하고 있으나 내년 1월 1일부터는 CNN처럼 24시간 체제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알 자지라는 영어 방송을 중동과 유럽, 아프리카, 동남아시아에서 위성을 이용해 약 8000만 가구가 시청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방송은 본사가 있는 카타르 도하와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 런던, 워싱턴에 실치된 스튜디오에서 주로 제작된다. 

알 자지라는 영어 방송 개국에 맞춰 미국과 영국 등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언론인을 대거 포진시켰다. 특히 지난 5월 영입된 BBC의 간판 진행자 데이비드 프로스트 경은 최근 재직한 미국 대통령 7명과 영국 총리 6명을 모두 인터뷰한 유일한 인물이다. 

메인으로 내세운 뉴스 진행자는 제인 듀턴. 최근까지 미국 CNBC의 보도 프로그램 ‘발전하는 비즈니스’을 진행했으며 CNN의 ‘아침 국제뉴스’와 영국 BBC에서도 활약했다. 여성의 사회활동이 극히 제한된 중동에서 간판 앵커자리에 여성을 내세웠다는 점은 알 자지라의 개혁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라크 주재 특파원으로 이름을 날린 라기흐 오마르와 백악관, 유엔본부, EU 등 주요 출입처를 섭렵한 새미 자이던도 알 자지라에 합류했다. 또 언론 분야 상을 수회 수상한 슐리 고슈를 비롯, 마리암 네마지, 대런 조던 등 10여 년 이상의 현장 취재 경력과 전문성을 갖춘 언론인이 영입됐다. 알 자지라 측은 “다양한 경력을 지닌 전문가로 뉴스 프로그램 진행팀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알 자지라 잉글리시의 와다 칸파르 사장은 뉴스위크와 인터뷰에서 “10년 만에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브랜드를 구축한 알 자지라가 지역적 한계를 벗어나 전 세계를 향해 나아가게 됐다”며 “알 자지라는 아랍권의 자유언론을 선도했으며 세계적 성공모델이 됐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중동 최고의 브랜드 알 자지라는 단지 강대국에 대항한 아랍의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는 역할에서 그치지 않는다. 
알 자지라의 가장 큰 장점은 파격적인 언론 자유를 누리고 있다는 점이다. 소유주인 카타르 왕실이 알 자지라 개국 당시부터 ‘보도에는 절대 간섭하지 않겠다’며 보장한 덕분이다. 

알 자지라를 카타르가 탄생시킨 배경도 흥미롭다. 알 자지라의 모태는 BBC의 아랍어 뉴스인 ‘BBC 아랍 TV’. 그러나 방송이 투자자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실을 비판한 보도를 내보내자 투자금을 회수해버렸다. 졸지에 실업자로 전락한 BBC 직원 20여 명을 카타르 왕실에서 스카우트했고 이를 기반으로 96년 설립한 것이 알 자지라이다. 카타르는 면적 1만1437㎢에 인구 62만여 명의 소국이지만, 방송 덕분에 이름을 더욱 알리게 됐다. 

알 자지라는 중동지역은 물론 워싱턴, 런던 등 세계 30여 개 도시에 지국을 두고 취재망을 가동, 중동을 중심으로 6500만 명의 시청자를 확보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에서는 시청률이 40%에 이를 만큼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경제전문지 ‘포브스’ 아랍판은 최근호에서 ‘아랍 최고의 브랜드 40’ 가운데 알 자지라를 1위로 선정하기도 했다. 

‘알 자지라, 아랍 TV가 미국에 도전한다’는 책을 쓴 휴 마일스는 미국의 월간 외교안보 전문지 포린 폴리시에 기고한 글에서 “알 자지라가 CNN, BBC와 경쟁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알 자지라가 세계적 방송으로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비참한 분쟁지역의 실상을 지나치게 적나라하게, 선정적으로 보도한다는 것이다. 미국이나 영국 등 서구 국가는 물론 중동 내에서도 비우호적인 반응이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보도 대상이 된 국가들은 알 자지라가 정치적이고 선동적으로 보도한다며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서방권은 물론이고 소재지인 중동에서조차 눈엣가시 같은 신세인 알 자지라의 영어 방송이 계획대로 순탄하게 성장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보도했다.

<국제부/박지희 기자 violet@kyunghyang.com>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