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선교현장뉴스/터키

굴 대통령 시대의 터키; 세속주의 vs. 이슬람주의(2) / 2007-09-06

굴 대통령 시대의 터키; 세속주의 vs. 이슬람주의(2)

굴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경계심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종교적인 유화정책을 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대통령궁 안에서 함께 살고  있는 영부인이 있는한 그에 대한 경계심은 쉽게 사라질 수는 없다.  그렇다고 이혼을 하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만큼 터키는 여성이 공공장소에서 히잡을 쓰는 문제에 민감하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메르베 카바치라는 여성이다.  그녀는 1999년 당시 국회의원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히잡을 쓴 채 의회에 등원했다가 의사당 입장을 제지당하고 결국 자의반 타의반으로 터키 국적을 상실하고 미국으로 추방되었다.  그녀는 결국 미국 시민권을 획득했고 이후 터키인 남성과 결혼을 하고나서야 다시 터키국적을 회복할 수 있었다.  어쨌든 굴의 부인이 영부인이 됨으로써 앞으로 보수적인 이슬람 여성들의 목소리가 힘을 받게 될 것은 틀림없고, 여성들의 공공장소에서 히잡 착용을 금지하는 제도에 대한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높아질 것이다. 

반면 세속주의자들이 가장 염려하는 것은 히잡을 공공장소에서 쓰느냐 안쓰느냐의 지엽적인 문제가 아니라 그것이 계기가 되어 정치와 종교를 분리하는 현대터키공화국의 전통이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즉 보수주의자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져 급기야는 히잡을 쓰자 말자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헌법까지 바꾸자고 나올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터키의 일간지인 밀리예트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국민의 15%는 터키가 굴 정권 아래서 샤리아법이 도입할 것이라고 보고 있고, 또 다른 15%는 매우 우려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세속주의 진영이나 야당은 터키의 세속주의국가로서의 정체성이 무너질 것을 염려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러나 여전히 굴 당선자가 친이슬람 급진개혁을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기는 하다.  터키의 한 학술기관이 조사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터키인들의 65%는 장관이나 대통령의 부인이 히잡을 쓴다고 해서 그것이 곧바로 터키의 제도나 헌법의 변경으로 이어지리라고 보는 것은 지나치다고 생각하고 있다.  실제로 지금도 터키 여성의 60%는 사적인 자리에서는 히잡을 쓰고 있다.  즉 제도가 국가시스템까지는 변경되지 않을 것이고, 그동안 금기시 되었던 것 몇 가지가 자연스럽게 해체되는 정도일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분석가들은 굴의 집권으로 인해 정부와 사회의 주요 직책에 보수적인 친 이슬람 인사들의 진출이 조금 늘어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볼 것이다.  즉 세속주의자들만의 나라에서 세속주의자들과 이슬람주의자들이 공존하는 새로운 정치실험이 시작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