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학자, 왕실과 와하비즘에 반발 / 2007-02-09

사우디 학자, 왕실과 와하비즘에 반발

사우디의 한 학자가 사우디 아라비아의 왕실과 사우디를 지탱하는 이슬람 이념의 근간이 와하비즘에 대해 거세게 비판하고 나서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사우디 아라비아 킹사우드 대학의 할리드 알다힐 교수(54)는 최근 알 이티아드지에 기고한 칼럼에서 이같이 주장한 것이다.

그는 사우디 아라비아를 지배하는 극보수 이슬람 이념인 와하비즘에 대해 순수한 종교운동과 이념이 아니며 오스만 제국 아래 아라비아가 12개의 도시국가로 갈라져 있던 시절 아라비아를 통일해 단일국가로 건설하기 위해 이슬람에 바탕을 둔 정치 이데올로기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나온 정치적 이념이라고 주장했다.  즉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개발한 종교적 주장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사우디 아라비아에서는 와하비즘은 무하마드 이븐 압둘 와하브(1703-1792)가 창시한 것이며, 이슬람의 정화와 순수성 회복을 추구하며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 과거의 회귀를 주장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후 사우드 가문은 이 와하비즘을 기반으로 사우디 아라비아에 현재와 같은 통일왕국을 세웠으며, 지금 와하비즘은 사우디 왕국의 이념인 동시에 왕국의 정통성을 보장하는 이념이다.  현재 사우디 아라비아에서는 와하비즘 이외의 다른 종교적, 이념적 주장은 용납되지 않는 분위기이다.

알다힐 교수는 또 왕위 계승자를 선출하는 방식도 왕족의 원로들이 식구끼리 의논해서 결정하는 방식에서 의회 격인 자문위원회(슈라)가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은 사우디 아라비아의 금기를 정면으로 깨뜨렸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이 때문에 그의 주장에 대한 일각의지지도 있지만 일단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우선 그가 칼럼을 게재한 알 이티아드 신문은 그에게  무기한 휴가를 요구했고, 그의 주장이 실린 다른 잡지는 검열을 통해 그의 주장이 담긴 잡지는 그의 글이 실린 부분은 절취된 채 유통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