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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현장뉴스/이집트

이집트, 카이로 도서전시회의 문화선교의 가능성과 한계 / 2007-02-07

이집트, 카이로 도서전시회의 문화선교의 가능성과 한계

카이로에서 해마다 열리는 카이로도서전시회는 출판분야에서는 중동 최대의 행사이다. 중동사회의 특성상 상당히 많은 출품도서들이 종교적인 내용을 담을 수 밖에 없지만 과학이나 순수문학계열의 책들도 한쪽에서 출품 판매된다.  이 행사는 카이로시민들에게도 중요한 행사여서 축제의 분위기까지 감돈다. 이 때문에 약 8만 평방미터에 달하는 행사장은 카이로 시민들로 발디딜 틈이 없게 되며 약 1,400 여 종의 출품 도서나 CD들이 불티나게 팔려나간다. 올해로 39회째를 맞는 카이로 도서전은 이번주 주일까지 계속된다. 주최측은 약 200 만 명 가량이 행사장을 찾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 규모나 입장객 수는 베이루트나 카사블랑카, 아부다비 등지에서 열리는 유사한 전시회와 비길 바가 아니다. 그러나 규모에 비해서 내실의 문제에 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방문객 중에 많은 시민들은 이 기회에 다양한 책들을 접하며 문화적인 안목을 넓히려하기 보다는 단지 신기한 구경거리를 구경하는 정도의 기분으로 들르는사람들이고 또 전시되는 책들 가운데 이슬람관련 도서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다.

아랍어 문학을 대학에서 가르치고 있는 아델 아브델 모네임은 “이 행사는 카이로의 보수성을 여실히 드러낸다.”고 말한다. 그는 이미 여러 해째 해마다 이 행사장을 찾아 전시되는 도서들의 경향을 파악하고 있다. 그 역시 문학 혹은 도서로서의 가치를 평가받기 어려운 값싼 종교 관련 서적이 너무 많이 전시되어 있다는데 동의하고 있다.

“출판의 새로운 경향을 모색하고 책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접해보려는 사람들에게 도서전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매우 미흡하다.”고 그는 말한다. 카이로도서전은 세계 최고의 도서전시회로 평가 받고 있는 프랑크푸르트도서전을 모방해서 만든 것이다. 그래서 프랑크푸르트전과 마찬가지로 비록 장소는 카이로에서 열리지만 해마다 특정한 나라를 ‘초청국가’로 지정하여 그 나라의 도서를 특별히 강조하여 소개하는 이벤트를 열고 있다. 작년에는 독일이 올해는 이탈리아가 초청국가로 선정되었다.

올해의 경우 이탈리아의 지성이라고 일컬어지는 클라우디오 마그리스와 안토니오 타푸치, 그리고 이집트의 작가인 알라 알 아스와니, 가말 기타니 등을 초대해 문학을 통한 소통을 논의하는 문학살롱 행사가 마련되기도 했었다.이집트주재 이탈리아 대사인 안토니오 바디니 대사도 “이번 행사를 통해 이탈리아가 초청국가로 선정되어 다양한 이벤트를 열었고, 그를 통해 서로 다른 문화의 상호 교류의 가능성을 모색했다.”고 평가했다.

이집트출판협회의 회장으로 이번 행사의 조직과 진행을 총괄했던 나세르 알 안사리도 아랍 외의 세계에서 참가한 출판사가 적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앞으로 비아랍권 출판인과 출판사, 작가들의 참가를 유도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도서전에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책은 이집트의 작가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는 나기브 마흐푸즈의 작품이다. 물론 그의 문학은 정통 보수 이슬람의 입장에서 볼 때는 용납하기 어려운 자유로운 문학의 세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그는 지난 1994년 이슬람 무장세력으로부터 테러를 당해 큰 부상에 시달리기도 했다. 비록 노벨상을 수상했다는 점이 작용하기는 했지만 이러한 작가의 책이 큰 판매고를 기록했다는 것은 결국 이러한 문화행사를 통해 닫힌 이슬람 세계의 문화적 종교적 장벽을 열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해 준다.

이번 행사에 참가한 이집트와 아랍권의 출판사는 약 700개 사로 집계되었으며, 대부분 다양한 형태의 디자인의 코란이나 이슬람 교리서적, 그리고 파트와들에 대한 해설서, 관련 카세트와 CD 등을 출품했다.  그런가하면 분명한 어두운 점도 있었다. 명색이 국제도서전으로 이탈리아를 특별초청국으로까지 지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반기독교적 정서가 분명했을 뿐 아니라 아돌프 히틀러의 저서가 판매되기도 해 빈축을 샀다.

그런가하면 밀란 쿤데라나 니코스 카잔차키스 등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작가들과 나왈 알 사다위, 에드와르드 알 카라트 등 이집트인 작가들의 책은 아예 금서로 지정되어 출품조차 불가능했다. 그러나 주최측도 정부로부터 금서 목록을 전달 받았기 때문에 따를 수 밖에 없었으며 왜 그들의 책이 금서가 되었는지는 정부로부터의 설명이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관계자들은 (아랍 이슬람의 관점에서의) 과도한 성적묘사, 정치적, 종교적인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작품과 작가들이 미리 걸러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