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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현장뉴스/투르크메니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니야조프 대통령 사망 / 2006-12-26

투르크메니스탄, 니야조프 대통령 사망

투르크메니스탄의 기독교인들은 지난 12월 21일부로 지금과는 전혀 다른 세상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될 것 같다.  이 날은 이 나라의 종신대통령인 사파르무라트 니야조프 대통령이 심장마비로 사망한 날이다.  66세를 끝으로 세상을 떠난 니야조프는 중앙 아시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인 투르크메니스탄을 20년 동안 철권통치해 왔다.  그의 통치 기간은 기독교 뿐 아니라 그 어떤 종교를 믿는다는 것 자체가 고역이었던 기간이었다.
 

사파르무라트 니야조프 대통령의 사망 소식은 12월 21일 투르크메니스탄 국영 TV를 통해 발표되었다.  당시 최초의 발표에서는 사망 원인이 심장계통의 이상이라고만 발표되었다.  실제로 니야조프 대통령은 오래 전부터 심장계통의 질병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의 병명이 무엇이고, 어느 정도의 병세인지는 대중들에게 전혀 알려지지 않았었다. 

투르크메니스탄에서 그를 부르는 또다른 별칭은 "투르크멘바쉬" 즉 투르크메니스탄의 아버지였다.  이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사실상의 개인숭배 종교의 교주 행세를 하며, 자신에 대해 정치적인 반대를 표명하는 것은 물론이고, 민간언론의 활동과 종교의 자유도 억압해 왔다.  그의 통치 아래서 그를 사실상 신으로 숭배하라는 국가의 방침에 의해 소수의 기독교인들은 거부할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모든 종교가 탄압의 대상이었지만, 기독교인들에게 가해지는 탄압은 유별날 수밖에 없었다. 

기독교인들은 자주 가혹행위의 대상이 되고, 구금되기도 한다.  교회나 모임을 만드는 것은 물론이고 개인적인 차원의 가정예배 조차도 불가하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었다.  익명을 전제로 투르크메니스탄의 한 교회 목사가 진술한 바는 현지 성도들의 고난을 어렴풋하게나마 짐작하게 해 준다.  "어느 날 밤 우리는 어느 마을을 방문해 그 곳의 형제 자매들을 만났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우리는 전혀 사람의 눈이 띠지 않는 강둑으로 이동해서 그 곳에서 조용히 예배를 드렸다.  그런데 우리가 강둑에 도착한지 20분도 못되어 보안경찰이 도착했다.  그리고 모든 참석자들의 신원을 파악해 돌아갔다." 

우리는 다른 도시에서 온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그들에게 체포되어 경찰서로 가 그날 밤까지 구금되어 있었다.  그리고 경찰이 호위하는 가운데 강제로 우리 집까지 돌아가야 했다.  이를 계기로 전국 주요 검문소에 우리의 차량 번호가 통보되었고, 이로 인해 우리는 그 마을을 다시는 찾아갈 수 없게 되었다.  어떤 건물이나 사무실을 빌리고자 할 때, 종교적인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임대하려고 하면 임대료가 갑자기 뛰어 오른다.  투르크메니스탄 같은 나라에서 사무실 한 간에 월 900달러의 임대료를 요구한다는 것은 아무리 봐도 정상적일 수가 없다.  그나마 빌리면 다행이다.  만일 사무실 임대 계약을 했다 하더라도 조금이라도 이상한 기미가 보이면 강제 퇴거되기가 일쑤이다. 

그는 개인우상화에도 열을 올렸다.  전국 곳곳 사람들의 눈에 띠는 곳에 수많은 그의 금동상에 세워져 있다.  또 1년 열두달은 1월, 2월, 3월 하는 식으로 불리는 것이 아니라, 그의 가족의 이름을 따 "아무개 월" 하는 식으로 각 달마다 고유 명칭이 붙여져 있다.  그에게 충성하는 심복들에 대한 관리도 철저하다.  얼마 전 그는 독립 15주년을 기념하여 내각의 전 각료들에게 메르세데스 벤츠 자동차를 선물할 것을 약속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지역행정 관리들은 지프 차량을 제공하지만, 만일 해당 행정구역의 면화 수확량을 초과달성하거나 추수를 빨리 끝낼 경우 메르세데스를 지급하겠다고 TV 연설을 통해 공약해 충성을 이끌어 내는 것은 그의 고전적인 수법이다.  1992년 그의 명령으로 국영 TV에 "번영의 시대"라는 프로그램이 편성되었다.  이 프로그램의 골자는 머지 않아, 모든 투르크메니스탄인들에 자가용과 자기 집을 소유하게 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아직도 대부분의 국민들은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이는 투르크메니스탄이 유전과 가스가 풍부한 나라라는 점을 감안하면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권력자의 부패로부터 기인하는 구조적인 빈곤이야말로 많은 투르크메니스탄인들의 마음이 복음을 향하여 열리는 중요한 원인이다."라고 현지의 한 사역자는 말한다. 

실제로는 그의 참모가 집필한 것이겠지만 어쨌든 그가 썼다고 알려진 그의 저서는 모든 학교에서 필수 교과서로 활용되고 그의 개인 숭배 종교의 경전이 되고 있다.  이는 북한의 지도자 김일성이 창안했다는 주체사상을 북한 전역의 각급학교에서 의무적으로 배우고 가르치는 것과 비슷하다. 투르크메니스탄에서 니야조프의 신격화를 위한 대국민세뇌 작업은 대단하다.  모든 국민은 니야조프가 썼다는 루흐나마(영혼의 책)라는 책을 학습해야 한다.  그리고 이 책의 규범에 따라 생활해야 한다. 

이 나라에서는 공식적으로 이슬람과 러시아정교회 등 두 종교만 합법이다.  그러나 이들 두 합법 종교도 자유롭지 않기는 마찬가지이다.  특히 러시아정교회는 2003년 들어서는 사실상 합법적인 지위를 상실했다고 보아야 한다.  일부 러시아정교회 관련 건축 작업들에 대해 대통령은 계속 건축을 진행할 경우 강제 철거하겠다고 직접 발언했고, 그 이후 건축은 중단되는 등 정교회에 대한 핍박 양상도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그렇다면 마지막 남은 합법 종교인 이슬람은 별 문제 없는가 하면 그렇지 않다.  수많은 이슬람 지도자들이 구속되고 있다.  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재판절차도 없이 장기 구금되어 있다.  그 가운데는 투르크메니스탄의 이슬람 최고 지도자급 인사들도 포함되어 있다. 12월 21일을 기점으로 이 나라의 운명과 이 나라 내에 존재하는 크고 작은 종교 단체의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 도래했다.  게다가 그는 자신의 후계를 염두에 둔 어떤 준비도 해 놓지 않은 상태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어떤 인물, 어떤 세력이 정권을 잡게 될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투르크메니스탄의 외교관들은 앞으로의 일에 대해서 일체 함구하고 있고, TV는 그의 죽음에 대해 "국가의 커다란 손실"이라는 점만 되풀이해서 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지 선교사들은 "지금보다는 나아지지 않겠느냐 "는 막연한 희망을 품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