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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현장뉴스/터키

터키, 한편에서는 우경화 분위기 / 2006-12-01

터키, 한편에서는 우경화 분위기

로마 교황이 터키를 방문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 유럽 종교계의 일각에서는 거대 이슬람국가인 터키가 교황의 방문에 대한 반작용으로 더욱 극단화, 강경화 분위기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911테러 사건 이후 이라크, 팔레스타인 등에서 종교간의 갈등이 된 크고 작은 폭력사태나 전투 상황이 벌어지면서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점점 보수화되어 가고 있다."고 터키의 정치 평론가인 메흐메트 알리 비란드가 말했다. 

터키의 주요 연구기관 가운데 하나인 TESEV도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터키의 주민들의 종교적 보수화가 실제로 나타나고 있음을 입증하는 통계자료를 제시했다.  이 자료에 의하면 과거에 비해 국가와 종교 가운데, 국가가 우선이라고 답한 응답자의 비율이 줄어든 반면, 이슬람이 우선이라고 응답한 사람들의 수가 훨씬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TESEV의 책임자인 캔 파커도 "각자에게 자신의 정체성과 종교에 대한 헌신도에 대해 물어보면, 과거보다도 자신이 종교적인 사람이라고 답변하는 사람의 수가 훨씬 늘어난 것을 체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누구나 다 아는 바와 같이 터키는 정치적으로나 지리적으로 두 세계가 만나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유럽의 일원인 것이 분명하면서도 이슬람의 일원인 것도 분명한, 양대 문명의 교착점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지리적으로 보면 보스포루스해협이 이 나라를 반으로 나르고 있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이스탄불은 두 대륙과 문화가 함께 만나는 교착지점이다.  터키가 이러한 교착점의 성격을 유지할 수 있덨던 이유는 모스크와 국가, 종교와 국가 간의 균형을 독립초기부터 추구해 왔기 때문이다.  건국초기부터 정부가 주도하여 정치와 종교간에 일정한 거리를 두려는 노력이 계속되어 왔던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EU 가입을 앞에 놓고 정부와 정치권이 압장서서 상당히 가시적인 제도 개혁을 이루어 놓아, 터키 선교를 열망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큰 기대를 갖게 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균형이 조금씩 깨지고 터키 사회 전체가 우경화되어 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슬람 전문가인 로버트 스펜서는 이슬람에 기반을 둔 정치세력이 조금씩 그 세력을 넓혀가는 것이 느껴진다고 말한다. 법률에 의해 공식적으로 유지되어 오고 있는 터키의 세속주의 노선에 반기를 들고 이슬람을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까지 이슬람 율법을 준수하도록 강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 난다는 이야기이다. 

이러한 현상을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현 총리인 타이프 에르도한이다.  스스로 헌신적인 이슬람 신자를 자처하는 에르도한 총리는 지금까지는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조차 어려웠던 터키의 이슬람화 라는 아젠다를 공개적으로 토론될 수 있도록 밖으로 끌어낸 장본인이라는 비난을 안팎에서 받고 있다.  그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그가 정치적인 입장과 득실 때문에 공개적으로 이야기는 하지 않지만, 그가 추구하는 바는 결국 터키를 사우디아라비아나 이란처럼 이슬람이 다스리는 나라로 만들자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4년 전에 집권한 이후 각급공립학교의 세속주의적인 교과과정을 축소하는 대신 엄격한 이슬람 학교를 늘리는데 역점을 두어 왔다.  이미 국영TV와 라디오는 이슬람화되었다.  그가 집권하면서 정부의 주요 요직에 수십 명의 이슬람 성직자들이 등용된 것도 과거와는 크게 달라진 점이다.  그는 또 터키 법관들의 정년을 낮추어 현재의 법관들의 물갈이를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이미 전체 9천 명의 법관들 가운데 4천 명이 물갈이 되었다.  쉽게 말하면 법관의 절반을 총리의 코드에 맞는 사람으로 갈아치운 것이다. 최근 몇 주일 동안 그는 다양한 행사에서 쏟아낸 발언들을 통해 테러리즘과 전쟁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했다.  그는 이스라엘을 테러국가로 규정했다.  이스라엘이 벌인 헤즈볼라와의 전투행위를 비난하는 의미이다.  그는 또 이라크에서 살해된 반군들이나 이슬람 무장세력 소속원들을 순교자라고 규정했다. 

터키 국민사이에서, 그리고 이슬람 세계에서 점증하고 있는 반미 분위기는 에르도한에게 중요한 정치적 자산이 되고 있다. 극장가를 보아도 터키의 우경화가 감지된다.  최근 터키에서는 "늑대들의 계곡"이라는 영화가 큰 히트를 기록했다.  이 영화는 이라크의 미군들을 피에 굶주린 전쟁광으로 묘사하고 있다.  일부 터키인들은 지금이야말로 서방과의 관계를 완전히 단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EU 가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터키의 일관되고 공식적인 입장인 반면 안으로는 정반대의 견해와 주장이 끓어 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하는 터키인들은 터키의 번영과 발전을 위해 이교도가 아닌 형제와 손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방의 전문가들도 이러한 터키의 움직임을 보면서 생각이 엇갈린다.  이처럼 이슬람 원리주의에 대해 분명하게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는 나라를 EU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는 것이 대세이지만, 일각에서는 중동과 발칸반도 지역에서 전통적인 미국의 맹방이었던 터키가 미국과 관계를 끊고, EU에서도 배척 받는다면 터키 스스로 활로를 찾기 위해 시리아나 이란, 사우디 같은 나라와의 협력을 강화할 것이기 때문에 터키를 적극적으로 EU에 편입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