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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현장뉴스/영국

영국성공회, 찰스왕세자에게 장문의 경고성 요구서 보내 / 2006-11-03

영국성공회, 찰스왕세자에게 장문의 경고성 요구서 보내

사진 찰스 왕세자
 영국 성공회가 안고 있는 고민 가운데 하나가 찰스 왕세자에 대한 문제이다.  현재의 국왕인 엘리자베스 2세가 즉위한지 50년이 훨씬 넘어 고령이기 때문에 지금부터 멀지 않은 장래에 사망할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되면 찰스 왕세자가 국왕으로 즉위하게 될 것이다.  영국에서 국왕의 즉위식은 성공회 의식을 따라 거행되는 전통이 있다.  게다가 대관식에서 국왕은 한 나라의 국왕으로 뿐 아니라 신앙의 수호자로서 서약을 해야 한다.  또 영국 국교회의 공식적인 수장의 직분을 겸하게 된다.

그런데 비록 명목상으로나마 국교회의 수장의 역할을 해야할 찰스 왕세자의 자격 시비는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그의 내면적 정신세계가 어떤지는 모르지만 숱한 염문과 이혼 등으로 인해 영국의 기독교인이 그를 교회의 수장으로 인정하고 존중해 줄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제기되었고, 한때 교회의 일각에서는 왕세자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게다가 그는 개인적으로 신실한 기독교 신앙인으로서, 특히 영국국교회의 수장으로서는 하기 힘든 말을 자주 해 왔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그간 모든 국왕들이 즉위하면서 "자신이 기독교신앙의 수호자가 될 것"을 선서해 왔으나 찰스는 자신이 국왕으로 즉위하게 될 경우 "기독교 신앙의 수호자"가 아닌 "신앙의 수호자"로 선서할 것이라고 여러 차례 밝혀 왔다.  즉 기독교의 수호자가 아니라 기독교를 포함한 모든 종교의 수호자가 될 것을 서약하겠다는 것이다.  영국 국왕이라는 한 나라의 정치지도자로서라면 이러한 서약은 가치 있는 서약이 될 수 있다.  모든 종교의 자유와 권리를 동등하게 보장하고 수호한다는 것은 정치인의 인식으로는 매우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국교회의 차기 수장이라는 또 하나의 지위를 생각하면 이는 매우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에 영국복음주의연맹은 지난 10월 23일 찰스 왕세자에게 보내는 무려 169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요구서를 공개했다.  '신앙과 국가'라는 이름의 이 문서는 많은 내용을 담고 있는데 그 가운데 중요한 부분만 살펴 모면, 우선 차기 대관식은 기독교의 예배로서의 형식과 내용을 따라야 한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영국이 성공회 뿐 아니라 다른 교파의 교회도 자유롭게 활동하고 있고, 이러한 교회 역시 건전한 기독교 신앙을 구현하고 있으므로 차기 대관식이 성공회의 예배를 중심으로 하되 다소 초교파적인 성격을 띠는 의식이 될 수는 있다고 다소 양보했다.  그러나 대관식이 기독교가 아닌 다른 종교의 요소까지 포함하는 혼합적 의식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못박으며 다른 종교의 지도자는 내빈의 한 사람으로 '초대'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앙과 국가'는 또 국왕이 영국의 최고 통치자이자 영국교회의 수장이며, 기독교 신앙의 수호자라는 것은 영국의 법률이 정하는 바이므로 대관식을 통해 국왕으로 즉위하고 영국을 통치하기 위해서는 왕세자 자신이 스스로 기독교신앙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기독교신앙의 수호자로 활동해야 한다는 사실을 명백히 했다.

또 찰스황세자가 '기독교신앙의 수호자'가 아닌 '신앙의 수호자'라는 용어를 고집하는 것은 혼합주의를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경고했다.
 
국왕의 대관식은 전통적으로 영국교회의 최고 성직자인 캔터베리 대주교가 주관한다.  예를 들어서 현재의 국왕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경우 대관식에서 캔터베리 대주교에 의해 "하나님의 은총으로, 대영제국 및 북아일랜드 연합왕국과 영토의 여왕이며 영연방의 원수이며, 신앙의 수호자 되시는 엘리자베스 2세 폐하"라는 정식 호칭이 수여되었다.  
사진은 지난 1953년 당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즉위식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