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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현장뉴스/인도

인도의 경제발전과 카스트제도, 그리고 선교(1) / 2007-05-21

인도의 경제발전과 카스트제도, 그리고 선교(1)

1925년, 당시 미국 대통령이던 캘빈 쿨리지는 2025년까지 미국이 고도의 산업사회로 발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요즘은 인도가 그러한 분위기이다. 적어도 인도를 뒤덮고 있는 전통적 관념과 철학 안에서 생각해 볼 때, 사업과 경제는 인도인이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가 아니었다. 이는 힌두교 전통의 신분제도만 봐도 알 수 있다. 카스트제도에서 사업은 영위하는 사람들은 세 번째 등급에 속하게 되어 있다. 이 세 번째 등급을 현지 용어로 바이쉬아라고 한다. 이들은 물건을 만들고, 사고 파는 사람들이다. 이 세 번째 등급에는 농부도 속해 있어, 인도인들이 산업과 사업을 별로 귀중한 직업으로 생각하지 않았음을 볼 수 있다. 물건을 만들고 농사를 짓고, 동물을 키워 팔고 사는 것이 이들의 일이었다. 

기원전 4세기가 끝나갈 무렵, 인도의 사회는 상당히 안정되어 있었다. 이러한 안정적인 분위기를 타고 새로운 무역루트가 개척되었고, 그 직접적인 수혜자는 당연히 바이쉬야 계층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전에 없는 부를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엄연히 계급제도 상으로는 하위계급이었다. 이러한 현상으로 인해 이들은 당연히 기존의 질서를 거부하고 반감을 갖게 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들은 힌두교 개혁운동 세력이나 진보적인 세력에 대하여 은밀하게 지원을 아끼지 않게 되었고, 그 결과물이 자이나교와 불교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인도의 전체 역사를 살펴 보면, 비록 하층민이기는 하지만 막강한 경제력을 가진 이들이 고비고비마다 인도 사회의 변혁을 주도했다. 그들은 재력을 지닌 바이쉬야 계층 사람들에게 상당히 명예로운 호칭을 지어 부르면서 그들만의 아성을 구축하며 기존 질서에 대한 반감을 숨기지 않았다. 활발한 사업을 영위하는 계층들은 전통적으로 서부 해안지대에 살거나 오늘날은 파키스탄의 영토가 된 신드 지역에 거주하며 활동했다. 특히 큰 규모의 무역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따로 바니아(Bania)라고 불렸다.  바니아란 산스크리트어 바니크(vanik)에서 파생된 단어로 무역업자라는 의미이다. 남부 인도에서는 체티아르와 무달리아르 등의 계층이 바이쉬아 계층 내의 세부 카스트로 유명한 무역업자였다. 이처럼 바이쉬아계층 안에서도 다양한 세부 계층이 생겨나고 없어지기를 거듭했다. 이들과 이들의 후예들이 지금의 인도의 경제와 재정을 이끌며 현대 인도의 주역을 부상하고 있다.

오늘날, 활발한 경제활동으로 명성을 떨치는 종족과 세부 카스트그룹들은 많다. 파키스탄에 살고 있는 신디족은 인도가 독립되고 파키스탄이 인도에서 따로 떨어져 독립하던 시절에는 가진 것이라고는 걸치고 있는 옷 한 벌 밖에 없던 종족이었다. 이들은 힌두교를 믿는 종족이기 때문에 파키스탄에 거주하는 신디족의 삶은 지금도 비참하다. 그러나 인도쪽에 살고 있는 신디족은 세계적인 무역상 그룹으로 성장해 있다. 또 인도 서부해안지대에는 여전히 바니아 카스트 그룹이 존재한다. 이들은 거부이며, 고리대금업에 종사하거나 금융업 내지는 은행을 경영한다. 이처럼 경제활동에 활발히 종사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다른 인도인들에 비해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에 대한 배타적 감정이 적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경제적 이익만 된다면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과도 얼마든지 동업도 하고 거래도 한다. 조로아스터교를 믿는 파르시족이나 자이나교를 믿는 사람들도 서부 해안지대에서 상당한 사업영역을 확보하며 활발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남서부인도 지역의 케랄라족은 기독교인들의 비율이 유달리 높은 종족이지만, 상당한 부를 축적하고 있는 종족이기도 하다.

서구 사람들은 인도에서 파텔이라고 부르는 그룹을 모텔 경영인 정도로 오해하는 경향이 있다. 그 이유는 미국에 거주하는 파텔그룹이 모텔 경영을 통해 큰 부를 축적했고, 지금도 미국의 모텔들의 절반 이상이 이들의 소유이기 때문이다. 인도에서는 농업도 상당히 중요하고 큰 사업 아이템이다. 이 때문에 펀잡주의 풍요로운 지대에 걸쳐 살며 대규모 농업을 영위하는 자트족은 인도에서도 손꼽히는 거부들이다. 이들의 진가는 겪어 보면 안다. 그건 그렇고 정말 흥미로운 계급은 카스트제도 상 최고위 그룹이자 성직자 그룹인 브라만들이다. 전통적으로 성직에 종사하던 이들 역시 지금은 대거 사업가로 변신하여 적극적으로 부의 축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는 인도의 IT와 컴퓨터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그룹들은 바로 이들 브라만 그룹이다. 한때 인도인들의 정신을 지배했던 이들이 과거의 성스러운 이미지를 벗고 지금은 인도의 경제를 이끌고 있는 것이다.

2002년에 Times of India지에 보도된 기사를 보면 인도의 변화의 양상이 여실하게 드러난다. 전통적인 가업의 굴레와 상관 없이 새로운 크고 작은 사업을 시작한 사람들인 전체 성인 남성의 11.2%에 이른다. 이들의 사업 영역은 인도 뿐 아니라 영국과 미국까지도 확장되어 펼쳐지고 있다. 2003년 5월의 BBC가 인도의 재무 장관인 자스완트 싱 장관의 말을 인용해서 보도한 것을 보면, 싱 장관은 현재의 강력한 속도의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2020년까지는 선진국 대열에 진입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아무도 그의 말을 허풍으로 여기지 않는다. 1990년대 이후 인도는 해마다 5 - 7 %의 안정적이고 높은 속도의 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특히 첨단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핸드폰제도 분야와 전자통신, TV, 기상 관련 사업의 발달은 눈부시다. 또 2003년 4월에는 자체기술력으로 인공위성까지 띄워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