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디브, 힘겹게 부는 개혁의 바람(3)
언론인인 셀바가 진단하는 몰디브 정부의 이슬람 편향정책이란 “정부가 이슬람이라는 세력과 집단과 결탁하려는 것이지 종교와 문화로서의 이슬람 자체를 존중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셀바의 분석은 이렇다. 정부가 국내외의 여러 가지 이슈에 말려 시달릴수록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은 그 세를 넓힐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전국민의 93%가 문맹이라는 점도 이슬람원리주의가 발호하기에 더 없이 좋은 토양이다. 문맹률이 높은 상황에서는 이슬람 성직자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 대중들에게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사실 몰디브의 문맹률은 심각할 정도로 높다. UNESCO의 통계에 따르면 성인의 96.3%와 청소년의 98.2%가 글을 읽지 못한다.
몰디브에서 이슬람 근본주의가 확산되는 이유에 대해서 또 다른 분석이 있다. 그것은 헌법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몰디브 헌법 38조는 가이욤 대통령을 몰디브의 이슬람을 수호하고 전파하는 최고 권위자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그 가이욤 대통령이 급진적인 이슬람 사조의 전파를 묵인 내지는 방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몰디브에서 종교에 대한 토론은 철저하게 금지되어 있다. 이슬람의 권위에 반하거나 다른 종교를 옹호하는 목소리를 감히 낸다면 상당한 위협과 박해를 각오해야만 한다. UN특별조사관 자격으로 지난 8월에 몰디브를 방문하고 돌아간 아스마 자한기르는 그의 조사활동을 마친 후 몰디브는 다른 종교는 물론이고, 이슬람의 메시지라 하더라도 그 것이 정부의 구미에 맞지 않는 메시지 즉 이슬람 교리를 근거로 하여 독재나 압재 혹은 정부의 부패를 지적하는 메시지를 전할 경우 투옥되도록 되어 있으며 실제로 그러한 이유 때문에 투옥된 이슬람 성직자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한편 작가로 몰디브에 대한 글을 여러 언론에 자주 기고하고 있는 타이무르 레이는 “가이욤 대통령이 개혁을 약속하고 법령들을 속속 개정하고 있지만, 그 개혁과 개정의 방향은 국내외의 희망과는 동떨어진 방향이다. 가이욤의 개혁은 궁극적으로 형법을 샤리아법 체계로 개정하는 것이다. 즉 민주화가 아니라 이슬람 근본주의 국가를 향한 개혁이라는 것이다.”고 단언한다. 타이무르 레이는 “가이욤 대통령이 자기 스스로를 몰디브 이슬람의 수호자이며 이슬람을 훼손하려는 불특정 외세에 대항하는 지도자라고 자처하고 있다. 게다가 문맹률이 높고 인도양에 고립되어 떠 있다는 지정학적 특성 때문에 외부의 정보와 차단되어 있는 몰디브 국민들은 가이욤이 없다면 이슬람 신앙도 지킬 수 없다는 두려움 속에서 가이욤을 추종하고 있다.”고 말한다. 게다가 암울한 사회상도 한몫 거든다. 몰디브는 만성적인 가난에다가 마약의 무분별한 남용 등으로 인해 현실이 매우 암울하다. 이처럼 암울한 현실 속에서 사람들은 몰디브를 절망에서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이슬람화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타이무르 레이는 이슬람이 몰디브에서 더 이상 확산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몰디브의 인구 분포를 보면 젊은이들의 비중이 높다. 젊은이들은 아무래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종교적 보수사회에 저항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이들이 아직까지는 문맹률이 높지만 최근 들어 젊은이들의 취학률과 교육열이 확산되고 있다. 좀더 시간이 흘러 몰디브 전체의 교육수준이 높아지기 시작하면 이슬람에 대한 맹목적인 환상도 깨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즉 이슬람 보수화는 지금까지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어 왔지만 지금을 정점으로 해서 보수화 열기도 식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게다가 국내외에서 쏟아지고 있는 정치개혁과 민주화의 압력이 교육수준의 향상과 맞물려 탄력을 받게 되면 결국 몰디브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타이무르 레이의 생각이다. 레이는 내년에 벌어질 선거에서 이러한 변화가 나타나기는 좀 어렵다고 보고 있다. 교육 수준이 한 두해 사이에 높아지는 것은 아니고 지금 교육의 현장에 있는 젊은이들도 나라의 장래를 생각하는 긴 안목으로 세상을 보기에는 당장의 취업과 먹고 사는 문제, 그리고 결혼이 급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상황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아무래도 11월까지 마련될 개헌안이 될 것이다. 개헌안이 관심을 끄는 것은 우선 다당제 선거제도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제도가 제대로 법제화 되었다고 해서 당장에 민주주의가 정착되는 것은 아닐 것이지만 이제까지는 다당제라는 개념 자체가 없던 나라가 몰디브이다. 그러나 이미 대통령중심제와 내각제를 가르는 투표에서 가이욤이 원하는대로 대통령제가 승리했고, 형법체계를 샤리아법체계로 대치하는 법제 개정이 진행 중인만큼 다당제 도입만으로 민주화의 실질적인 진행이 얼마나 이루어질지는 미지수이다.
어쨌든 가이욤 대통령의 개혁 추진은 자신의 정권의 기반을 흔들지 않는 선에서 진행될 것이고, 그런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다. 그러나 개혁을 약속한 이상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없을 수는 없다. 또 정치권 일각에서는 가이욤이 추구하는 명목상의 개혁이 아닌 진정한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8월 가이욤 내각의 각료들 가운데 개혁파로 분류되는 젊은 각료 세 사람이 부진한 개혁 작업에 불만을 품고 사의를 표했다. 이들 세명은 검찰총장인 핫산 사에드 박사와 법무장관 모하메드 자멜, 그리고 외무부 장관인 아흐메드 샤헤드 박사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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